고등학교 졸업 후 조리과로 진학하면서 음식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매일 먹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한식에 대한 배움을 쌓아가는 일에 재미를 붙일 때쯤........"한식의 세계화"라는 거창(?)한 문구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음식을 전세계에 알리고,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아주 좋은 취지였지만, 필자는 그들의 행보가 못내 아쉬웠고, 못마땅했다.

나이도 어리고 조리경험도 많지 않고, 한식을 깊이 배우지도 못한 사람이 무슨 불만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음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금의 한식 세계화는 못마땅한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연유로 그런 비판을 가하는 것일까? 소위 한식의 대가며, 명인이란 칭호를 받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는데, 왜?왜?왜? 필자는 비판의 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현직에서 한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한식에 뜻을 품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왔던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조리를 전공하였고, 현직 조리사 출신임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비전문가의 카더라 통신이 아님을 꼭 인지한 상태에서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하도 카더라 글들이 많아서.....ㅡ,.ㅡ)

 

1. 맛이 없다.

 - 한식을 연구하는 사람들, 한식의 대가라 불리는 사람들. 그들이 만든 음식은 맛이 없다. 실제 먹어본 경험도 있고, 주변에서 그런 소리를 하도 많이 들었다.

물론 연구가와 대가가 반드시 음식을 맛있게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주방장은 음식을 잘 만들어서 주방장이 아니다. 주방을 총괄하는 사람이 주방장인 것이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박지성이고, 감독을 잘하는 사람은 히딩크다. 히딩크가 축구를 못한다고 구박하는 사람은 없다.

주방장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주방 막내로 시작해서 주방장까지 올라가는 구조는 논쟁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럼 본문으로 돌아와서 필자는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왜 갑자기 꺼내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맛이란 것이 참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맛이 없다라는 표현은 다소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네에 맛있는 백반집보다 맛없고, 외할머니, 어머니 솜씨에 반에반도 못따라오는 상황이라 감히 맛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연구가와 대가가 음식을 아주 잘 만들진 못해도 어느 정도라는 것이 있지 않나? 그리고 음식을 맛있게 잘 만드는 사람이 응용도 잘 하며 새로운 음식에 대한 적응, 새로운 식재료의 활용도 잘한다. 

어진간한 주부들 솜씨도 못내면서 타이틀만 달고, 어줍잖은 경력 몇줄로 한식계를 대표한다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왜 한식이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그들 옆에서 콩고물 얻어먹는 언론과 관계자들도 큰 걸림돌임은 분명하다.

 

2. 대표음식 선정의 실패

 - 한식세계화를 외치면서 행사를 하고 홍보자료를 만들고 언론 홍보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하지만 소득이 별로없다. 치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라는 말의 전제는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그 타겟이다. 그런데 외국인에 대한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일단 북미를 그 대상으로 보고 한번 고민해보자.

넓은 들판이 있고, 가축을 기르기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고기는 우리네 쌀과 비슷하다고 본다. 식재료가 풍부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고 조리법이 틀려진다.

고기가 많으니 덩어리째 조리하고, 양념이나 향신료, 그 외 부산물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며, 조리법도 단순하다.

우리는 어떤가? 고기는 귀한 식재료였고, 적은 재료로 많은 사람이 먹어야했기에 잘게 썰고, 양념과 부산물도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메인이 되는 고기의 양이 적고, 타재료들이 많으므로 조리법도 복잡해졌다.

왠지 억지스러운 부분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쌀로 밥만 지어먹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더 있다고 해 봐야 떡, 죽, 누룽지 이정도 밖에 없다.)

외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한다고해서 갈비,불고기를 메뉴에 넣은 사람들의 두뇌는 정상인가?? 차라리 스테이크를 구워주고 가니쉬나 샐러드를 대신할만한 한식에 대해 고민했어야하지 않을까?

한식을 한다는 사람들이 한식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데 무슨 세계화가 가능하겠는가?

한식은 발효음식과 나물에서 메인을 찾아야한다.

'김치' 이 얼마나 대단한 음식인가? 발효음식이 이만큼 발달한 나라를 본적이 있는가? 있어봐야 치즈정도다. 그런데 치즈는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이지만 김치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

김치로 먹고, 그대로 구워서 먹고, 찜으로 먹고, 찌개로 먹고,국으로 먹고, 전으로 먹고, 쌈으로 먹고.......이런 식품,식재료를 본 기억이 있는가?? 훌륭한 발효식품이면서 다양한 조리가 가능하다.

치즈는 치즈 그대로 먹고, 피자에 얹어먹고, 스파게티에 넣고, 밥위에 얹어 먹고.......치즈도 그 활용도가 높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치즈는 수분이 많은 음식엔 쓰이지 않는다. 그 특성상 쓰일수가 없다. 치즈는 유지방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김치만큼 훌륭한 음식은 구경하기 쉽지 않다. 김치를 외국인이 먹을 수 있게 연구해야지 갈비,불고기같은 음식을 내어 놓는 것은 한식세계화에 역행하는 길이다.

그리고 나물은 김치 못지않게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우리가 먹는 나물의 종류가 2백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 외국인 입맛에 맞는 나물이 한가지도 없을까?

'엔다이브'라는 채소가 있다. 양식에 특히 고급메뉴에 쓰이는 값비싼 채소로 그 맛이 우리네 배추속와 비슷하다. 모양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지만 가격은 무척이나 높다. 그럼 알이 꽉찬 노란 배추속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먹여야하지 않을까? 어설프게 물에 삶은 고깃덩어리를 내어놓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이상한 사람일까?? ㅡ,.ㅡ

 

3. 장을 쓰지마라.

 - 우리네 음식 중에 장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얼마나 될까? 한식을 이야기하면서 장을 빼 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왜 장을 쓰지 말라는 것일까?

장을 왜 사용하는지, 왜 사용하게 되었는지를 고민하면 쉽게 답이 나오는데 대체 한식세계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주구장창 음식만 만들어내는 기계일까? 행사만 기획하는 기획사 인력만 가득한가?

장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식재료의 부족함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지만 그만큼 추운겨울과 새순이 돋아나는 봄에는 식재료가 많이 부족하다. 보릿고개란 단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란 얘기다.

부족한 식재료로 맛을 내고, 양을 늘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또한 식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리법이 발달할 수 없다. 식재료를 쏟아넣고 물을 붇고 장을 풀어 국을 끓이고, 이런저런 풀을 뜯어 물붇고 끓이거나 장을 넣고 무쳐서 먹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에게 풍족한 식재료가 있고, 부족한 식재료가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인데, 왜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 사회엔 언제부턴가 부족함과 잘못을 인정하면 패배한다는 사고가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어떻게 한식이 모든 종류의 음식과 모든 조리법에 최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모 기업처럼 전자제품은 전부 잘 만든다고 뻥치면서 이것저것 다 만들지만 전부 질낮은 제품만 만들어내는 것과 무엇이 틀린것일까?

장을 먹는다는 것은 어느정도 한식에 적응된 사람에게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지만 삭힌홍어는 못먹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은가. 외국인에게 장을 들이대는 것은 홍어구경도 못해본 사람에게 삭힌홍어를 들이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랜기간 섭취해왔고, 그 맛과 향이 훌륭하다고해서 누구나 다 좋아할리는 없지 않나?

취두부나 고급치즈류를 잘 먹는 한국인을 본 기억이 없다. 향과 맛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음식을 섭취하기까지 많은 연구와 시간이 걸림은 당연하다.

우리가 말하는 장류가 그렇다. 고추장,된장,간장,청국장 등 모든 장류는 특유의 맛과 향이 있고, 물이나 타 식재료에 넣어 섭취하기에 맛과 향이 강한편이다. 언급했던 취두부,치즈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현재 유럽전역을 다니고 있는 '김치버스'의 주인공들이 필자의 후배들이다. 그들의 행적을 페이스북을 통하여 계속 확인하고 보고 있다. 낯선 타국에서 김치는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지금 한식세계화를 우물안에서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반만큼만 노력하고 고민해도 한식의 세계화는 기대치 이상의 결과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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